무대예술은 누가 그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온전히 협업의 예술이다.
하지만,
연극은 연출보다는 무대 위의 배우가 강조되고
음악회는 작곡가보다는 연주자가 강조가 되고
무용은 안무가보다는 무용수가 강조가 된다.
이들이 공연 중 관객 앞에 제일 첫 번째로 보여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기 역할만을 잘 수행한다고해서
공연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공연에서 다뤄지는 이야기, 퍼포머, 무대, 조명, 음악, 소품, 의상 등
공연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 요소들이 각자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일관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 때
관객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공연을 맞아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공연을 보러다니다보면
참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마주한다.
이야기와 결이 맞지 않는 음악의 사용,
적절한 표현기법을 잘 못 선택한 퍼포머,
무성의한 소품과 의상 준비 등
요소의 부족함은 일차적으로 해당 분야를 담당했던 담당자의 책임이고
요소를 컨트롤 해야하는 연출가나 감독이 책임의 도착지가 된다.
최종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서 예술가들이 감독 뒤에 숨어선 절대로 안된다.
자신의 일을 해야하고 자신의 말을 해야하고 자신의 길을 떠나야한다.
공연을 볼 때 요소들 하나하나가 내가 원하는 기준에 충족하는지
디테일하게 따지는 것을 굉장히 피곤하게 여기는 스타일이라
뭐 한 두가지 부족하더라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공연이 있다.
바로 척 하는 공연들이다.
진심인 척,
잘난 척,
고고한 척,
잘하는 척,
사람을 위하는 척 등등
물론 관객으로 하여금 위선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요소가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를 담아서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맞다면 제발 진심으로 다른 일 하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지금껏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서 그 사람이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작품을 통해 투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잘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고
큰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순간의 잘못은 바로 잡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이 된다면 큰 문제인 것이다.
주변에서 과오를 지적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창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진심으로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스스로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며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한동안 퍼포머의 입장에만 있다가
요소들을 조망하는 위치에서 작업을 해보니 더욱 절실히 느낀다.
연출과 감독은 자신의 책임의 무게감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짊어지고 체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의 시간이 보이는 집념으로 연구와 실험을 게을리해선 절대, 절대로 안된다.
적어도 관람료를 내고 공연을 보게 하는 창작자라면.
특히나 작게 올리는 공연일수록.
예술은 자기표현이지만
공연은 타인과의 약속이다.
제발 공연예술을 쉽게 생각하지도 말고
그런 공연을 보는 관객이 공연예술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이 말을 꼭 기억해주시길요.
어디 뭐 공식기관 자격제를 도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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